“여성 연구자 감소는 성차별뿐만 아니다”

- 실제로 주요 원인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있어

▲Image: pexels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여성 연구자의 감소가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원인이 성차별 문제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물리화학 분야 여성 연구원인 카렌 J 모렌츠(Karen J. Morenz)가 최근 온라인 매체 '미디엄'을 통해 “여성 연구자가 직장을 떠나는 원인이 성차별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라며, “실제로 주요 원인은 일과 가정의 양립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2011년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에 물리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여성은 전체의 20.3%이며,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여성은 전체의 18.6% 밖에 없었다. 화학에서도 학사 학위를 취득한 여성이 49.95%,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여성은 36.1%로 낮은 비율이었다. 반면, 생물학에서는 학사 59.8%, 박사 50.6%가 여성이며, STEM 분야에 비해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었다.

유럽의 학력 및 남녀 격차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위 그래프가 이탈리아 트렌트대학(UNITN) 및 이탈리아 전체 대학에서 직급별 남녀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세로축은 비율(%), 가로축은 직급을 나타낸다. 

왼쪽은 학사과정 학생, 박사과정 학생, 박사 연구원, 비정규 강사, 강사, 부교수, 교수 순으로 정렬되어 있다. 학사 과정에서는 남녀 비율이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여성이 약간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부교수에서 큰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인문과학, 사회과학, 교육 분야를 포함한 캐나다의 대학에서 남녀 비율 조사 결과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다음 그래프에서 세로축이 비율(%), 가로축은 왼쪽에서 학사와 석사과정 학생, 박사 연구원, 강사, 부교수, 교수다. 여성 박사 연구원 이후 대학을 떠나는 이 같은 현상을 ‘Leaky Pipeline(누수 파이프라인)’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2016년의 조사에서는 STEM 분야에 관련된 여성의 약 60%가 성차별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2018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도나 스트릭랜드 교수와 캐나다 연구의장인 화학자 유지니아 쿠마체바 교수 등 여성 연구원은 “성차별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모렌츠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때부터 대부분 여성 연구원은 성차별을 극복하고 있다”며,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자체가 성차별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어려움에서 매우 강한 의지로 이룬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성차별이 꼭 여성 연구자 감소의 주요 원인이 아님을 주장했다 .

모렌츠는 여성이 어떤 이유에서 연구직을 그만 둔 것인지를 독자적으로 조사했다. 가장 많았던 이유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었다. 

2016년 STEM 분야의 여성 감소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STEM 분야의 연구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거나 독신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STEM 분야의 연구직에 종사하는 여성이 그렇지 않는 여성보다 아이가 적었다. 

특히 여성의 생식 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즉 출산 시 모자 모두에게 발생하는 합병증 등 위험이 상승하기 시작하는 30대 초반에 약 56%의 여성이 STEM 분야의 연구직에서 대량으로 이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STEM 분야를 떠나는 여성 중 약 50%는 비영리단체나 정부기관에서 일하게 되고, 약 30%는 가족과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비 STEM 분야의 직업으로 전직하고, 약 20%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는 ‘누수 파이프라인’과 유사하게, 모성과 직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도전을 ‘Maternal Wall(모성벽)’이라고 불린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모렌츠는 “STEM 분야에서 대부분의 학자와 정책 결정자는 젊은 여성에게 직장에서 성차별 해소를 하면 여성 연구직의 감소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성이 연구직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성차별이 아니라 통계에서 보듯 '일과 가정의 양립'이 문제다”라며, "그럼에도 구체적인 대책은 강구하지 못한 채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왜냐하면 결정자는 여성이 임신·육아 휴가를 받는 것을 두려워해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분명히 성차별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들의 오랫동안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성차별 문제는 적어도 대학원 수준에서 큰 장애물은 없어졌다”며, “그렇다고 성차별 문제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STEM 분야에서 경력을 유지하면서 가정을 지키기를 원하는 여성 연구원을 어떻게 올바르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더 주의를 기울일 때가 되었다”고 여성 연구자의 지원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그렇다면 아이를 가진 여성이 STEM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더 잘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일반적이지만 무료 보육시설 제공이다. 그 다음은 최근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돌보는 동안 실험실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조수나 엔지니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다. 

모렌츠는 “개인적으로 보면 학계에서 여성 연구직을 위한 이상적인 상황이 갖추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성차별도 있었지만 나의 감독자들은 모두 훌륭한 페미니스트였고, 매일 같이 일하는 모든 사람들도 똑같이 훌륭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정을 가진 STEM 분야의 여성을 지원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체는 고도로 훈련된 똑똑한 여성들의 기술을 현대의 도전 과제에 대한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중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