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인류, 최소 4개 다른 인류와 이종 교배

- 호주 아델라이드대학,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이외에도 2종류 미지 인류 DNA도 섞여

현대 인류는 아프리카를 기원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질 때쯤 이미 많은 장소에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 소바인이 인간보다 더 오래전부터 살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약 2만 년 전에 멸종한 네안데르탈인 및 데니소바인과 섹스를 통해 DNA가 섞였다는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man)과 네안데르탈인에서 갈라진 데니소바인(Denisovan) 이외 2종류 미지 인류의 DNA도 섞인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 아델라이드대학(University of Adelaide) 호주DNA센터(Australian Centre for Ancient DNA, ACAD)가 현대 인류의 DNA를 분석 결과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2가지 미지의 인류 흔적이 존재하고 과거에 현생 인류와 교잡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그 DNA가 현대 인간에 계승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에 논문명 ‘Using hominin introgression to trace modern human dispersals(사람족 유전자 교잡을 통한 현대 인간 분포)’으로 7월 12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호주 아델라이드대학 ACAD에서 생물학을 연구하는 조앙 테세이라(João Teixeira) 연구팀은 “인간의 DNA 중 네안데르탈인과 데니 소바인 이외에도 두 종류의 이미 멸종한 미지의 인류 DNA를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대 인간의 DNA를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분석, 두 종류의 멸종한 미지 인류의 흔적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고대와 현대의 인간 유전자 코드를 딥러닝 알고리즘인 베이지안 추론이라고 불리는 통계 기법을 사용했다.

먼저 연구는 인간과 미지의 인류와 교잡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조사했다. 현대 인간의 DNA 약 2%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왔다. 이는 인간이 아프리카를 나오자마자 바로 네안데르탈인과 교잡이 이루어진 것을 의미하며, 교잡 장소는 약 5만 년 전 ~ 5만 5000년 전에 중동 부근에서 발생했다. 

또 인간의 조상이 유라시아 대륙 동쪽 방향, 즉 인도와 동남아시아 쪽을 향해 이동하는 동안 인간은 네안데르탈인이 아닌 새로운 인류 그룹과 조우했다. 연구팀은 “적어도 3종류의  다른 인류가 동남아시아에 살고 있던 것 같고, 그들이 멸종하기 전까지 사람과 교잡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여기서 인간이 아시아에서 발생한 3종류 인류 중 하나는 데니소바인이지만, 나머지 2종류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인류다. 연구팀은 미지의 인류를 각각 ‘EH1(extinct hominid 1)’ ‘EH2(extinct hominid 2)’라고 명명했다. 

EH1은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등거리에서 아시아인과 파푸아 군도 사람들의 조상이 EH1과 교잡이 이뤄졌다고 추측하고 있다. 현대 아시아인과 파푸아 군도 사람의 DNA에 2.6~3.4% 정도 EH1의 DNA가 계승되고 있다. EH1 DNA를 계승하는 사람들이 동아시아와 안다만 제도, 호주 원주민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인간이 EH1와 만난 장소가 인도 북부 지역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한 EH1과의 교잡이 이루어진 후 인간은 데니소바인과 동아시아와 순다 열도, 필리핀 여러 지역에서 교잡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인간은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에도 EH2와 제한된 교잡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EH2 DNA는 현대 인간 중에서도 플로레스섬에서 발견된 작은 사람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가 발견된 리앙 부아(Liang Bua) 동굴 부근에 사는 키 작은 사람들에게서만 보인다. 따라서 EH2의 유전자는 매우 작은 집단 내에서만 계승되어 다른 지역에 퍼져 있지 않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2003년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리앙 부아(Liang Bua) 동굴에서 30세 여성의 작은 유해가 발견됐다. 이 여성의 키는 기껏해야 1m 남짓(오늘날 4살짜리 키)다. 뇌의 용량은 380㎤ 정도로 대형 침팬지보다도 작아 톨킨(John Ronald Reuel Tolkien)의 소설에 나오는 소인족의 명칭을 따서 ‘호빗(Hobbit)’이라고도 불린다. 2005년 추가로 8개체의 화석이 발견됐다.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인간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과정은 지금까지 생각 이상으로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간이 도착 훨씬 전부터 다른 인류 그룹이 살았지만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인간이 도착으로 고대 인류는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김들풀 기자 i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