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일본 HR 컨퍼런스에 참가하면서 변화가 느릴 것만 같았던 일본도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정치나 행정면에 있어서는 확실히 정체된 느낌이 있지만, 기업의 경우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빨리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러 기업의 사례 발표를 들으면서 소프트뱅크에서 진행하고 있는 DX라든지 일하는 방식 개혁, 교육 방식은 어느 한 가지에 치우치지 않고 회사 전체가 균형 있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택근무에서도, 일하는 방식에서도, 직원들의 교육이나 커리어 개발에서도 회사에서 원하는 목적과 그에 따른 실행 방안이 잘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았다.
소프트뱅크는 워낙 유명한 기업이긴 하지만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일이 없어서 멀게만 느껴졌는데, 실제로 인사 담당자의 강의도 들어보고 여러 자료를 찾아보면서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중 소프트뱅크에서 운영하는 비즈니스 웹 매거진을 알게 되었고, 2020년 4월에 진행된 신입사원 교육에 대한 기사를 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교육을 준비한 건 2020년 2월이었기 때문에 굳이 전면 원격 교육으로 진행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고, 조금 더 상황을 보면서 교육을 미루거나, 온·오프라인을 감행해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과감히 전면 온라인 교육을 하게 된 과정이 궁금했다. 그리고 600명이라는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어떤 교육을 어떻게 진행했는지도 궁금했다. 실제로 내용을 읽어보니 특별한 비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신입사원 교육의 목적'에 집중한 것이었다.
신입사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신입사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직원으로 성장하길 바라는지 고민하고 실행에 옮긴 과정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실제 회사에서 진행되는 업무와 신입사원 교육 내용이 잘 이어진 것(소프트뱅크 사내 창업 제도, 원격 업무 시스템 등)이 특별한 커리큘럼 없이도 좋은 교육 효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도 한번 훔쳐보고 싶었던 소프트뱅크 신입사원 교육 커리큘럼도 함께 소개한다.
왜 소프트뱅크는 전면 원격 교육이라는 결단을 내렸을까?
"대면으로 진행하지 않아도 교육 내용이 잘 전달될까?"
"혹시 4월에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어떡할까?"
2020년 2월 하순, 소프트뱅크 인사 부서에서는 4월로 예정된 신입사원 교육에 대해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코로나 감염이 확대되기 시작하고 있었지만 아직 긴급사태선언은 없었던 타이밍. 코로나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논의의 쟁점이 되었던 것은, 지금까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던 신입사원 교육을 온라인(전면 원격, 풀 리모트)으로 진행할 것인가 말 것인가였다. 소프트뱅크의 2020년도 신입사원은 약 600명. 예년 같으면 신입사원을 연수원에 모아서 3주간 집합 연수를 진행하고, 이후에 각 부서로 배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의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입사원을 오프라인에서 모이게 함으로써 생기는 리스크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가? 의견이 분분했다.
논의 포인트가 된 것은 2가지.
첫째, 교육의 효과였다. 신입사원 교육에는 매너 교육처럼 대면하지 않으면 잘 전달되기 힘든 내용도 있다. 예를 들어, 명함 교환이나 비즈니스 회화 등은 다른 사람과 주고받으면서 배우는 것이다. 또,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의식을 전환한다는 의미에서도 회사에 간다는 행위는 중요하다.
둘째, 신입사원들에 대한 메시지라는 관점이었다. 4월에는 코로나가 잠잠해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온라인 교육이라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신입사원들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연결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복합적으로 실시하는 절충안이라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전면 원격 교육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약 600명의 신입사원을 온라인에서 맞이하고, 독립적인 사회인으로서 각 부서에 배치하는 것.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추진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에 있어서도 이례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가장 처음 부딪힌 벽, 600명의 신입사원의 재택근무 환경 구축
2020년도 신입사원 교육은 크게 '비즈니스 기초 트레이닝', '신규사업 제안 워크숍'이라는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비즈니스 기초 트레이닝'은 비즈니스 문서, 매너, 엑셀 등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스킬을 주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주로 동영상이나 웹 회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라이브 강의를 했지만, 아직 한 번도 회사에 와본 적이 없는 신입사원들에게 자택에서 원격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준비하기도 쉽지 않았다.
"애초에 회사 네트워크에 접속할 PC 대여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소프트뱅크에서는 입사가 확정된 입사예정자 전원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했기 때문에, 첫 주는 아이패드를 활용해서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그 사이 인사총무 부서에서 PC의 초기 설정, 600명의 신입사원에게 PC를 배송하는 업무를 진행했습니다."(카타오카)
온라인 환경이라는 벽에 부딪혀, 입사와 동시에 휴업에 가까운 상태가 되거나, 종이로 된 연수 자료만 전달하고 방치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통신 사업을 하고 있다 보니, 모든 신입사원들에게 기기를 지급하고 인터넷 환경을 갖추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즈니스 트레이닝' 교육이 무사히 끝났다.
Zoom에 익숙해진 1주일,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는 600명 동시 접속
약 1주일간 프로그램이었던 '신규사업 제안 워크숍'에서는 소프트뱅크의 사내 창업 제도인 '소프트뱅크 이노벤처'의 멤버가 신규사업 개발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4명~5명의 팀으로 나누어져 토론을 이어갔다. 각 팀은 토론을 통해 신규사업 내용을 정하고, 자료를 작성했다. 그리고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향한 준비를 진행했다. 이 모든 과정을 신입사원 약 600명이 동시에 참여한 Zoom 회의로 진행했다.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우승한 팀은 로봇을 활용한 로봇 수술의 난이도에 착안하여, 4개의 로봇 팔 중 집도의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2개의 팔을 AI로 자동화한다는 제안을 한 팀이었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 높은 아이디어가 높이 평가되었다.
"1주일의 시간 활용은 거의 신입사원인 저희들에게 달려있었어요. 아침 9시부터 업무 종료 시각인 17시 30분까지 계속 Zoom으로 연결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실제로 만난 것보다는 대화의 템포가 조금 나빠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Zoom에서는 자료를 화면공유로 함께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오히려 온라인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우승팀 멤버 무라타)
처음 보는 구성원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전면 원격으로 진행된 신규사업 토론. 의외로 참가자들의 후기를 보았을 때 저항감은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 토론은 Zoom으로 진행하고,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Google 슬라이드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공동 편집을 하면서 작성했다고 한다.
"G Suite는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자료를 쉽게 공유할 수 있어요. 담당을 나누고, 동시에 자료를 작성했던 것이 정말 효율적이었어요. Zoom의 경우 강사들보다 교육생들이 더 빨리 익숙해졌는데, 그런 점도 재미있었어요. 다들 정말 적응이 빠르다고 생각했어요."(우승팀 멤버 삿사)
교육을 끝낸 소감을 묻자 우승팀의 리더였던 후루타니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사실은, 아직 팀원 3명도, 다른 동기들도 직접 만난 적이 없어요. 그건 역시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교육이라는 의미에서는 원격이라도 충분이 충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중에는 통계학의 니시우치 교수와 같은 저명한 강사의 강의도 있었는데, 온라인이다 보니 오프라인에서보다 질문도 많이 할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도 저의 경우 Zoom에서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600명 앞에서 하는 발표라도 Zoom이라면 모두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서 별로 긴장하지 않고 할 수 있었어요(웃음)."
2020년 신입사원이 뉴노멀의 일하는 방식을 리드하다
이례적이었던 600명의 원격 신입사원 교육, 인사본부의 담당자 이와츠키는 다음과 같이 돌아봤다.
"온라인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약 2주간의 준비를 하면서 인사부서도 정말 힘들었어요. 교육을 하면서 신입사원뿐만 아니라 저희도 성장한 것같은 느낌이었어요. 우선 600명이라는 큰 규모의 신입사원 교육이라도 온라인으로 여기까지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다만 한편으로 신입사원 간의 연결을 만들지 못했다거나, 신입사원 한 명 한 명의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과제도 있었습니다.
연수 중에 성찰을 촉진하거나, 새로운 과제를 깨닫게 하는 부분에서는 아직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유효하다고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교육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하이브리드 형태가 되지 않을까요? 유명 강사의 강의 등은 온라인, 워크숍은 첫 팀빌딩이나 상호 이해하는 부분은 대면으로 진행하고, 이후의 토론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요.
소프트뱅크에서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한 일하는 방식을 장려하고 있는데, 교육에 있어서도 이러한 방식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신규사업 제안 워크숍에서 신입사원이 했던 것과 같은 Zoom이나 G Suite를 활용한 업무 플로우는 예전부터 소프트뱅크가 추진하고 있는 'IT를 활용한 일하는 방식 개혁'과도 일치한다.
프로젝트 우승팀의 사사키는 취재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재택근무를 많이 하게 될텐데, 이러한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저희와 선배들의 의식이 다른 부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퍼스트 러너죠. 이런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앞으로도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초석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도 신입사원은 일본의 첫 원격 입사자들이 된다. '리모트 네이티브 세대'가 뉴노멀한 일하는 방식을 이끌어 갈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소프트뱅크의 비즈니스 웹 매거진에 실린 <ソフトバンク流新入社員研修のニューノーマル>를 번역 및 재구성한 것입니다. *출처: https://www.softbank.jp/biz/future_stride/entry/column/20200730/
글: 아시아나항공 인재개발팀 손가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