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있어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인 클럽으로 알려진 프리미어리그 리버풀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가 축구 전술 AI '택틱AI(TacticAI)'를 공동 개발했다. 특히 코너킥에서 득점 기회를 늘리고 실점 확률을 줄일 수 있게 특화되어 있다.
잉글랜드의 명문 축구 클럽인 리버풀은 그동안 수많은 기적 같은 역전극을 보여주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2018-2019시즌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펼친 '안필드(Anfield)의 기적'으로 불리는 역전극이다.
홈 & 어웨이로 진행되는 결승 토너먼트에서 리버풀은 원정 1차전에서 0대 3으로 패했다. 이에 따라 준결승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3골 이상을 넣어야만 했다.
하지만 리버풀은 경기 초반부터 공세를 펼쳤고, 결국 지역 출신인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Trent Alexander-Arnold)의 재빠른 코너킥으로 준결승 진출을 결정짓는 4번째 골이 터지면서 세계 최고의 클럽인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역전승에 성공한다.
이 극적인 골처럼 코너킥은 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플레이 중 하나다. 코너킥으로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서는 경기 출전 선수의 특성과 상대의 전술을 파악해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 이러한 코너킥에서 더 많은 득점을 창출하기 위해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과 리버풀의 스태프들이 협력해 개발한 것이 축구 전술 AI '택틱AI'다. 예측 및 생성 AI를 통해 코너킥에 대한 전술적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연구 결과(논문명: TacticAI: an AI assistant for football tactics)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3월 19일(현지시각) 실렸다.
구글 딥마인드와 리버풀은 2021년부터 스포츠 분석 AI를 발전시키기 위해 파트너십을 맺고 지금까지 여러 논문을 발표해 왔다. 가장 먼저 발표된 논문(Game Plan: What AI can do for Football, and What Football can do for AI)은 '게임 플랜'에 관한 것으로, 페널티킥(PK) 분석 등에 초점을 맞춰 축구 전술 지원에 AI를 사용하는 것의 유용성을 고찰하고 있다.
이후 2022년에는 'Graph Imputer'라는 축구 데이터 분석 예측 시스템의 프로토타입(shsansayd: Multiagent off-screen behavior prediction in football | Nature)이 발표됐다. 여기에 이은 새로운 AI로 구글 딥마인드와 리버풀이 개발한 것이 택틱AI다.
머신러닝에서 예측 결과를 파악할 수 있는 입력 데이터를 '골드 스탠다드 데이터'라고 부른다. 끊임없이 플레이가 연속되는 축구에서 이러한 골드 스탠다드 데이터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택틱AI는 일반화 가능한 AI 모델 생성을 지원하는 기하학적 딥러닝 접근 방식을 채택해 뛰어난 성능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과 리버풀의 전문가들이 협력해 택틱AI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그 결과 택틱AI가 제안한 전술이 실제 축구 경기에서 실행되는 전술보다 전문가들이 90%의 확률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틱AI는 예측 모델과 생성 모델을 결합한 완전한 AI 시스템으로, 먼저 예측 모델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그다음 데이터 세트에서 과거 플레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검색하고, '어떻게 하면 특정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택틱AI는 3가지 핵심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구축됐다.
1. 특정 코너킥 전술 설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를테면 어떤 선수가 공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 어떤 선수가 슈팅을 시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 등이다.
2. 셋업(미리 준비된 공격의 구성)을 플레이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를테면 과거에 비슷한 전술이 잘 작동한 적이 있는지 등이다.
3.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전술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 이를테면 슈팅을 맞을 확률을 낮추기 위해 수비수 배치를 어떻게 변경해야 하는가 등이다.
택틱AI는 코너킥 상황을 그래프로 변환하기 위해 각 선수를 그래프 내 노드로 취급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코너킥의 셋업을 그래프로 표현함으로써 선수들 간의 암묵적인 관계를 직접 모델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노드는 선수의 위치, 속도, 신장 등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다. 또한 신경망 상에서 메시지 패싱(message passing)을 사용해 각 노드의 최신 상황을 업데이트한다.
메시지 패싱(message passing)은 프로그램 간 연계 방식 중 하나로 한 프로그램에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메시지를 보내 처리 요청을 하는 방식이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이나 분산 객체 기술 등에 응용되고 있다.
위 그림은 택틱AI가 코너킥을 처리하는 방법을 정리한 것으로, 4가지 가능한 플레이가 생성되어 AI의 핵심인 택틱AI 모델에 예측 정보로 공급된다. 그리고 코너킥에서 '누가 먼저 볼을 터치할 것인가?', '누가 슛을 할 가능성이 있는가?', ‘어떻게 하면 득점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 아니면 실점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까?’ 등 정보를 출력해 팀에 전술을 제안한다.
택틱AI는 예측 모델과 생성 모델을 활용해 비슷한 코너킥 상황을 검색하거나 다양한 전술을 시뮬레이션해 코치진을 지원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전술을 개발하기 위해 분석가들이 많은 경기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비슷한 상황을 찾거나 라이벌 팀을 연구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반면 택틱AI는 선수의 수치적 표현을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과거 유사한 상황을 쉽고 효율적으로 검색할 수 있으며, 구글 딥마인드는 축구 전문가들과 함께 광범위한 질적 연구를 통해 직관적인 관찰을 더욱 검증했다.
그 결과, 택틱AI의 상위 1순위 검색이 63%의 확률로 관련성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수들의 포지션 유사성을 직접 분석하는 기존 접근 방식에서 볼 수 있는 연관성 발견 확률(33%)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택틱AI를 사용하면 인간 코치의 코너킥 전술을 수정하고, 수비 시 슈팅의 피격 확률을 낮추는 등 전술적 권장 사항을 제공할 수 있다. 특정 팀의 모든 선수의 포지션을 조정하는 등 전술적 권장 사항도 제공할 수 있다. 코치는 중요한 패턴뿐만 아니라 전술의 성공 또는 실패의 열쇠가 되는 선수를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위 그래프는 택틱AI가 실제로 출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예시다. (A)는 슈팅이 시도된 코너킥 사례를 출력, (B)는 (A)의 데이터에서 수비수의 위치 및 이동 속도를 조정하여 슈팅 확률을 낮추는 제안, (C)는 (B)의 제안으로 공격 측 선수가 볼을 받을 확률이 낮아진다는 데이터, (D)는 여기까지의 일련의 제안을 여러 개 생성해 코치에게 다양한 전술적 옵션을 제안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택틱AI에 대해 "우리의 정량적 분석은 택틱AI가 코너킥에서 공을 받는 선수와 슈팅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선수의 위치 선정이 실제 플레이 전개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가자가 누가 어떤 전술을 제안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평가하는 블라인드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택틱AI의 제안을 정성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리버풀의 전문가들은 택틱AI의 제안이 실제 코너킥 전술과 구별할 수 없었으며, 90%의 확률로 원래의 전술보다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택틱AI의 예측이 정확할 뿐만 아니라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축구와 같은 스포츠는 멀티모달 데이터를 활용한 현실 세계에서의 멀티 에이전트 상호작용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AI 개발의 역동적인 영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스포츠용 AI의 발전은 컴퓨터 게임과 로봇 공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김들풀 기자 itnews@